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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스쿨, 다모임, 싸이월드를 다 거친 세대의 기억

피커 2026. 9.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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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싸이월드가 또 새 주인을 만났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올해 8월에 인수가 마무리됐고 10월에 베타 서비스를 연다고 하더군요.

그 기사를 보다가 문득 그 시절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아이러브스쿨, 다모임, 싸이월드를 다 거친 세대거든요.

특히 기억에 남는 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아이러브스쿨로 초등학교 동창회를 했던 일이고, 다른 하나는 미니홈피 BGM입니다.

셋 다 1999년에 시작했습니다

찾아보니 재밌는 게, 세 서비스가 거의 같은 시기에 나왔더군요.

아이러브스쿨 · 다모임 · 싸이월드의 시작과 끝


아이러브스쿨 · 다모임 · 싸이월드의 시작과 끝

그런데 성격은 셋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정리해보니 이렇게 나뉘더군요.

아이러브스쿨은 과거의 사람을 찾는 곳이었습니다. 학교와 졸업 연도를 넣으면 잊고 지내던 동창이 나왔어요.

다모임은 지금의 무리에 속하는 곳이었습니다. 아이러브스쿨이 졸업생 중심이었다면 다모임은 재학생 쪽이었죠.

싸이월드는 나를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남을 찾는 게 아니라 내 공간을 꾸미는 서비스였어요. 이 차이가 나중에 결과를 갈랐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러브스쿨로 동창회를 했습니다

저한테 아이러브스쿨은 그냥 사이트가 아니라 실제로 사람을 만나게 해준 물건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동창들을 찾아서 연락이 닿았고, 실제로 모임까지 했어요. 20년 가까이 못 본 얼굴들을 한자리에서 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참 신기한 일이었어요.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들과 오프라인에서 모인다는 게 그때는 낯선 경험이었거든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이 사이트는 1년 만에 회원 700만 명을 모았고, 전국에 동창회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어낸 첫 사례였죠.

그런데 이 회사는 기술이나 서비스 문제로 망한 게 아니었습니다. 창업자가 지분 일부를 넘겼는데 경영권 분쟁이 생겼고, 2001년에 창업자가 빚을 지고 회사를 떠납니다. 한창 커야 할 시기에 내홍에 휩싸인 겁니다.

서비스가 나빠서가 아니라 회사가 무너져서 사라진 경우라, 이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미니홈피 BGM

싸이월드 하면 저는 BGM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음악이 참 좋았어요.

BGM이 만든 숫자와 구매 과정


BGM이 만든 숫자와 구매 과정

찾아보고 놀란 게, 이게 그냥 배경음악 기능이 아니었습니다. 2002년 7월에 시작해서 3년 4개월 만에 음원 구매 1억 건을 넘겼고, 당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였습니다. 1위가 애플 아이튠즈였고요.

전성기에는 BGM 다운로드로만 하루 1억 5천만 원을 벌었다고 합니다. 도토리 다섯 개에 한 곡이었죠.

왜 이렇게 팔렸을까 생각해보면, 음악이 나를 설명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남이 내 미니홈피에 들어왔을 때 어떤 노래가 흘러나오는지가 곧 내 취향을 보여주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여주기 위해 곡을 샀습니다. 지금 스트리밍으로 무제한 듣는 것과는 감각이 완전히 달랐어요. 한 곡 한 곡 골라서 사는 거니까 신중했고, 그만큼 애착도 있었습니다.

3,200만 명이 쓰던 서비스가 어떻게 사라졌나

싸이월드는 정점에서 회원 3,200만 명, 사진 170억 건이었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미니홈피를 하나씩 갖고 있던 시절이죠.

싸이월드 20년 · 설립에서 반복되는 부활 시도까지


싸이월드 20년 · 설립에서 반복되는 부활 시도까지

무너진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히는 건 모바일 전환 실패입니다. 미니홈피는 PC 화면에 맞춰 만들어진 물건이었어요. 배경 스킨, 미니미, 방명록 같은 걸 작은 화면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처음부터 모바일에 맞춘 앱을 냈고, 2012년 3월에 나온 카카오스토리는 7개월 만에 2,800만 명을 모읍니다. 같은 시기 싸이월드는 2,700만 명으로 줄어 있었어요. 여기서 역전이 납니다.

그리고 2019년 10월, 서비스가 전면 종료됩니다. 이때 사진과 방명록을 못 꺼낸 사람이 많았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고요.

남는 생각

세 서비스를 나란히 놓고 보니 각자 다른 이유로 사라졌더군요.

아이러브스쿨은 회사가 무너져서 갔고, 다모임은 주인이 여러 번 바뀌다가 갔고, 싸이월드는 시대가 바뀌는데 못 따라가서 갔습니다.

그런데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셋 다 그 시절에는 대체 불가능해 보였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브스쿨 없이 동창을 어떻게 찾고, 싸이월드 없이 사진을 어디에 올리나 싶었거든요.

지금 우리가 쓰는 것들도 마찬가지겠죠. 당연해 보이지만 20년 뒤에는 "그런 게 있었지" 하는 이름이 될 겁니다.

그래서 한 가지는 챙겨두려고 합니다. 내 데이터는 내가 꺼낼 수 있는 곳에 두는 것 말입니다. 싸이월드 사진을 못 건진 게 아직도 좀 아쉽거든요.

그나저나 10월에 베타를 연다는데, 이번에는 정말 열릴지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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