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오랜만에 CodeProject에 들어가 보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사이트가 없어졌더라고요.
일시적인 서버 장애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올해 3월에 codeproject.com과 포럼이 완전히 내려갔다고 합니다.
1999년 11월에 캐나다 토론토에서 처음 시작했다고 하니 27년 되었나보네요.
개발 초기에 정말 많이 신세를 졌던 사이트라 마음이 좀 이상했습니다.

ZIP 파일을 받아서 뜯어보던 시절
요즘 개발자분들은 CodeProject를 잘 모르실 수도 있겠네요.
지금처럼 검색하면 답이 바로 나오던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C++이나 MFC로 뭔가 만들다가 막히면 갈 곳이 별로 없었어요. 그때 CodeProject에 가면 누군가 같은 문제로 고생하다가 해결한 뒤 글을 아주 길게 써놓았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놀라울 정도로 길었어요. 왜 이 문제가 생기는지, 자기가 어떤 접근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는지, 최종적으로 왜 이 방법을 골랐는지까지 다 적혀 있었습니다.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글 맨 아래에 소스 전체가 ZIP 파일로 붙어 있었습니다.
그 ZIP을 받아서 압축을 풀고, 프로젝트를 열어서 빌드해보고, 코드를 따라가면서 "아 이래서 이렇게 짰구나" 하고 배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제 개발 공부의 큰 부분이었어요.
그때 제 컴퓨터의 다운로드 폴더에는 이 zip 파일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회원이 1000만 명을 넘긴 게 2013년이고, 2023년 기준으로는 등록 사용자가 1500만 명이 넘었다고 하니 저만 그렇게 배운 건 아니었나 봅니다. ^^
첫 번째 변화 — Stack Overflow가 왔습니다
2008년에 Stack Overflow가 나왔습니다.
처음엔 그냥 질문 사이트 하나 더 생겼구나 했는데, 쓰다 보니 습관이 완전히 바뀌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제가 CodeProject에서 원했던 게 항상 "깊은 이해"는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은 지금 당장 이 에러를 없애고 싶은 것이었어요. 그런데 CodeProject는 그러기엔 글이 너무 길었습니다.
Stack Overflow는 그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에러 메시지를 그대로 복사해서 검색하면, 같은 에러를 만난 사람의 질문이 나오고, 그 아래 채택된 답변에 딱 필요한 코드 세 줄이 있었습니다.
27분 걸릴 일이 3분이 됐으니 안 옮겨갈 이유가 없었죠.
대신 잃은 것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세 줄을 붙여넣고 에러가 사라지면 그냥 다음 일을 했습니다. 왜 그게 답인지는 더 이상 읽지 않게 됐어요.
두 번째 변화 — GitHub가 왔습니다
ZIP 파일의 시대도 끝났습니다.
CodeProject의 ZIP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어요. 저자가 나중에 버그를 고쳐도 제가 받아둔 ZIP은 그대로였습니다. 다시 사이트에 들어가서 새로 받지 않는 한 영원히 옛날 코드였죠.
GitHub는 clone을 하면 언제든 최신으로 당겨올 수 있었습니다. 이상한 점이 있으면 Issue를 열어 물어볼 수 있고, 직접 고쳐서 PR을 보낼 수도 있었어요. 코드가 박제된 첨부파일이 아니라 살아있는 저장소가 된 겁니다.
이렇게 해서 CodeProject가 갖고 있던 두 가지 역할이 다 넘어갔습니다. 설명은 Stack Overflow로, 코드는 GitHub로요.
세 번째 변화 — 이제는 검색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다릅니다.
요즘 저는 에러가 나면 검색을 안 합니다. 에러 메시지를 복사해서 붙여넣지도 않아요.
그냥 AI에게 "이거 왜 안 되지?" 하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AI가 제 프로젝트를 직접 읽고 원인을 찾아서 코드를 고쳐줍니다. 제 코드를 보고 답하니까 검색 결과보다 훨씬 정확해요.
검색이라는 건 결국 "나와 비슷한 상황인 남의 사례"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AI는 남의 사례를 찾을 필요 없이 내 상황을 직접 봅니다. 이러면 검색이 낄 자리가 없어지죠.
Stack Overflow도 그래서 힘들어졌습니다. 숫자를 보면 좀 무섭습니다.
- 월 질문 수가 2014년에는 20만 건이 넘었는데, 2025년 말에는 5만 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 2017년 정점과 비교하면 75% 정도가 사라졌습니다.
- 트래픽도 2022년 월 1억 1천만 방문에서 2024년엔 5천5백만으로 줄었습니다.
특히 마음에 걸리는 건 질문 수가 2008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입니다. 15년간 쌓은 성장이 통째로 지워진 셈이에요.
CodeProject도 AI를 시도하긴 했습니다
여기서 좀 아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CodeProject가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CodeProject.AI Server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개발자가 자기 앱에 넣어서 배포할 수 있는 로컬 AI 서버였는데, CCTV 영상에서 사람이나 차를 인식하는 용도 같은 데서 꽤 쓰였습니다. 지금도 GitHub에 남아 있고요.
그런데 이건 냉정하게 보면 CodeProject가 잘하던 것과 아무 상관이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CodeProject의 진짜 자산은 서버 소프트웨어가 아니었어요. 27년치 기술 글과 거기 딸린 실제 동작하는 소스코드였습니다. 그것도 대충 쓴 게 아니라, 저자가 왜 그렇게 짰는지까지 설명해둔 글들이었죠.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혼자 이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만약 CodeProject가 AI 서버 대신 자기가 가진 글을 AI에 물려주는 쪽으로 갔다면 어땠을까요.
수백만 건의 검증된 기술 문서에 RAG를 붙이고, 질문하면 그 문서를 근거로 답하면서 실제 소스까지 같이 보여주는 서비스요.
이게 특히 의미가 있었을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C++, MFC, Win32, .NET 같은 레거시입니다.
요즘 AI들은 최신 프레임워크는 정말 잘 압니다. 그런데 20년 된 MFC 코드를 물어보면 슬슬 헤매기 시작해요. 학습 데이터에서 그런 코드의 비중이 작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CodeProject에는 바로 그 시절 코드가 산더미처럼 있었습니다.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데이터를 정확히 그 영역에서 갖고 있었던 거예요.
"레거시 윈도우 개발 전문 AI"로 갔다면 시장은 작아도 대체 불가능한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직도 은행이나 공장에서 MFC 프로그램 고치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남는 생각
물론 이건 다 지나고 나서 하는 말입니다. ^^
당사자 입장에서는 광고 수익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규모 AI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다행히 커뮤니티는 Discord로 옮겨갔고, 글들은 Wayback Machine에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검색해서 바로 들어가던 그 사이트가 없어진 건 어쩔 수 없이 아쉽네요.
제가 지금 AI한테 코드를 고쳐달라고 하면서 편하게 개발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시절 누군가 긴 글을 써서 올려준 덕분에 배운 게 쌓여서 가능한 일입니다.
그 사람들에게 좀 고마운 마음이 드는 밤이네요. ^^
'IT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더넷에 베팅하면 안 되는 이유 (0) | 2023.03.18 |
|---|---|
| 휴대폰이 당신을 염탐할 때 일어나는 일 (0) | 2023.03.18 |
| 업무용 개인비서 Microsoft 365 Copilot 소개 (0) | 2023.03.18 |
| 새로운 iPhone 14 및 iPhone 14 Plus 출시 (0) | 2023.03.16 |
| Apple iPhone 15 Pro의 3nm A17 Bionic GeekBench 점수 유출, 인상적인 성능 업그레이드 공개 (0) | 2023.03.16 |